<디스크는 없다>를 읽으며... 하루 하루..

김철선생의 <디스크는 없다>를 읽고 있다. 이 책 전체를 통틀어 가장 중요한 어휘는 고관절(股關節)이란 말이다. 잘 쓰이지는 않지만 다리와 팔뚝에 비길 만한 신하(臣下)라는 뜻으로 임금이 가장 신임(信任)하는 중신(重臣)을 이르는 고굉지신(股肱之臣)이란 말이 있다. 고관절의 고는 바로 그 고이다. 고관절은 골반과 대퇴부 뼈를 연결하는 관절이다. 저자인 김철선생은 고관절이 비틀어 지면 그 고관절 위에 자리한 척추 사이의 추간판(디스크)이 삐져 나와 통증을 느끼게 한다는 말을 한다. 추간판을 일부 잘라 내는 것만으로 허리 힘의 30%를 잃게 된다고 주장하는 저자는 디스크 수술은 사람을 평생 반은 불구자로 만들며(23 페이지), 레이저로 디스크를 잘라낸 한 전직 대통령의 사례를 최악의 선택(34 페이지)이라 표현했다.

저자는 편집증이나 정신 지체도 고관절이 틀어짐으로써 생긴 병이라 규정한다. 고관절이 틀어지면 신경이 눌려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정상에서 벗어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45 페이지) 고관절이 틀어지는 원인은 잘못된 자세, 운동 부족 등이다. 이제 어머니가 디스크 수술을 받으신 지 50일이 되었다. <디스크는 없다>를 읽어갈수록 치밀하고 정교한 이론을 갖춘 책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물론 그렇기에 너무 쉽사리 수술을 결정한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해진다. 수술 결정은 어머니가 하신 것이다. <디스크는 없다>를 읽은 서양의학 관련자들이 반론을 제기한 사례가 있는지 궁금하다.

싸우지 않는 사람들과 상징제의... 작은 기록

이글루의 wallflower님 블로그에 의미로 가득찬 사진 한장이 실렸다. 그 사진은 MBC의 100분 토론을 떠나는 아나운서 손석희씨와, 100분 토론에 참여해 시급한 현안에 관해 토론하던 여야 정치인들이 함께 환한 미소를 지으며 포즈를 취한 사진이다. 평소 나는 여야 의원들이 만나서 기자들 앞에 환한 미소를 짓는 것을 보며 어색함 또는 불편함을 느끼곤 했었다. wallflower님은 이를 “겉으로 갑론을박하지만, 결국 현실은 이렇다. 현실로 돌아오면 그 누구도 싸우지 않는다. 우리는 이것을 '민주주의'라고 부른다.”고 해석했다.

나는 여당은 물론 야당도 보수적 마인드를 가진 경쟁자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이 생각은 결국 보수 색채 일색의 우리 정당들을 환멸적으로 보게 하는 원동력일 것이다. 정치는 중요한 것이지만 국민의 의사를 무시하는 집권자와, 그 집권자의 거수기 역할을 하는 여당만으로도 정치를 혐오하고 정치로부터 관심을 떠나게 하기에 족할 뿐이다. “현실로 돌아오면 그 누구도 싸우지 않는다.”는 글을 읽으니 상징제의라는 말이 떠오른다.

도정일교수는 <시인은 숲으로 가지 못한다>에서 “상징제의는 현실을 개조하지 않고도 무언가 주요한 개조가 이루어진 듯한 만족감을 공급하고 존재의 불만과 불안을 일시적으로나마 해소하며 현실적 해결을 연기할 수 있게 한다.”는 말을 했다. 그렇기에 그들이 취한 논전(論戰)이야말로 상징제의이고 논전(論戰) 이후 취한 환한 미소와 포즈는 그들의 현실 귀환을 보여주는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요리 책 주문 하루 하루..

나에게 딱 한권 있는 요리 매뉴얼은 <5000원으로 내 몸 살리는 요리>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영진 닷컴에서 나온 이 책은 고혈압 환자에게 유용한 음식들을 요리하는 방법들을 나열한 책이다. 고혈압 환자도 아니면서 고혈압 환자들을 위한 책을 구입한 것은 고혈압 환자들 뿐 아니라 일반인들이 먹어도 좋은 요리 방법들이 꽤나 많이 수록되었기 때문이다. 가지 냉국, 냉이 된장찌개, 시금치연두부탕, 두부다시마말이, 부추샐러드, 취나물 등 말이다.

그런데 오늘 인터넷 교보문고의 오늘만 반값 50% 코너를 통해 <5000원으로 손님상 차리기>를 구입했다. 이 책 역시 출판사는 영진 닷컴이다. 이번에 주문한 <5000원으로 손님상 차리기>는 <5000원으로 내 몸 살리는 요리>보다 다룬 요리 수도 많고 더 일상적이라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아다시피 어머니가 허리 수술을 받은 지 40여일이 되었다. 어머니는 오랜 동안 신경이 눌려 있었기 때문에 회복이 더딘 데다가 아직은 허리를 구부려서도 안되고 많이 걸으셔도 안되는 상황이다.

나는 밥 짓기나 설거지는 만만하지만 요리는 엄두가 나지 않는다. 최근에는 내가 아는 어떤 분이 알타리 무를 주셨는데 다듬어야겠다고 마음만 먹고는 손도 대지 못하고 일주일을 훌쩍 넘겨 버렸다. 지리멸렬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작년인가 요리 학원을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구체화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집에서 요리 매뉴얼을 보며 천천히 익히고 따라하다 보면 맛있게 만들지는 못하겠지만 어느 정도는 먹을 수 있는 요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기대해 본다.

<좋은 이별> 출간... 작은 기록

내가 베레나 카스트의 <애도>를 읽은 것은 지난 해 12월 말이다. <애도>는 심리학이나 정신분석학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터에 ****님에게 내 나름의 답을 제시해 드리기 위해 산 책이다. 물론 답을 해 드렸지만 답은 어설펐고 지극히 사소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다만 Book Review 코너에 내용을 정리해 둔 것은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저자인 베레나 카스트(Verena Kast: 1943 - )는 우리의 삶이란 “끊임 없이 무언가를 잃고, 떠나야 하고, 양보해야 하고, 헤어져야 하며, 포기해야”하는 것(188 페이지)이라 정의한 심리학 교수이다. <애도>는 이른바 상실한 대상에 대해 충분히 애도할 것을 가르친 책이다.

“10년 넘게 펼쳤던 심리와 정신분석이라는 보따리를 이제 싼다.”는 말을 남긴 김형경작가가 “제대로 아파하고 슬퍼하자”는 주장을 담은 <좋은 이별>을 냈다. 책을 아직 읽지 못한 상태이지만 주장만으로 볼 때 <좋은 이별>은 베레나 카스트의 견해와 상통하는 책이라 하겠다. 내가 김형경작가의 책을 읽은 적이 없는 것은 내가 소설에 관심을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해도 그리 잘 한 선택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사실 나는 김형경작가가 삼십대 후반 중증 우울증과 맞닥뜨려 100회가 넘는 정신분석을 받았다는 위력(?)적인 사실을 이제서야 알았다. 내가 소설가를 평론가에 비해 덜 무겁게 여겨온 것은 잘못이 아닐 수 없다. 아니 편견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KBS 1FM의 클래식 음악 코너를 진행하는 한 유명 음악 칼럼니스트는 최근 가을에 듣기 좋은 음악이라는 멘트와 함께 브람스의 작품들을 방송했는가 하면 말러의 교향곡을 소개하기도 했다. 지금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다. 이 비는 본격적인 겨울을 재촉하는 비라고 기상대는 전했다. 최유준이라는 음악학자는 <예술 음악과 대중 음악, 그 허구적 이분법을 넘어서>란 책을 통해 “이제 완연한 가을입니다. 어느새 길가의 가로수들은 빨갛게 옷을 바꾸어 입었습니다. 낙엽 쌓인 덕수궁 돌담길을 연인과 함께 걸어보는 것도 좋겠네요. 오늘 이 시간에는 가을에 어울리는 음악들을 모아봤습니다.”란 말을 했다는 한 KBS 1FM의 모 클래식 음악 코너 진행자의 멘트가 진부함과 통속성으로 가득차 있다는 비판을 가했다. 이 글을 읽으며 나는 대중 음악 프로그램과의 차별화를 강조하는 KBS 1FM의 클래식 음악 코너에서는 그럼 어떤 말을 해야 하는가 또는 할 수 있는가, 란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김형경작가는 이별을 사랑하는 사람과의 헤어짐만으로 제한하지 않았다. 그는 직장을 잃는 것, 젊고 아름다웠던 과거의 자신을 떠나 보내는 것, 몰두했던 꿈을 잃는 것, 낯선 곳으로의 이사 등을 모두 이별 또는 상실로 분류했다. 겨울은 사람을 어쩔 수 없이 감상(感傷)적이고 우울하게 하는 것 같다. 애도할 필요가 없는 이별도 분명 있을 것이다. 추운 겨울, 어둡고 아픈 마음, 침체 등등의 좋은 이별 말이다. 사게 된다면 나는 <좋은 이별>을 분명 의식(儀式)을 치르듯 읽게 될 것이다. 작가가 말한 좋은 이별이 충분한 애도를 해 감정의 찌꺼기를 남기지 않는 이별을 가리킨다면 내가 말한 좋은 이별은 추운 겨울, 어둡고 아픈 마음, 침체 등등 없어져서 좋을 것들 아니 기뻐해야 할 것들과의 이별을 가리킨다는 차이가 있다. 그런 부정적인 것들과의 이별도 창조적인 에너지로 써야 한다면 인생은 너무 힘들고 아픈 것이 아닐 수 없다.

김형경 심리 에세이 '좋은 이별' 출간
'좋은 이별'
베레나 카스트의 '애도'를 읽고





이준구교수 글 작은 기록

이준구교수 글

내게 이준구교수는 <쿠오바디스, 한국경제>의 저자이시다. 그 분이 홈 페이지에 게재한 글을 링크한다. 지금과 같이 착잡한 시절에는 경제 관련 책을 읽어야 할 것 같다.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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