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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케우치 가오루의 <밤의 물리학>을 읽고... Book Review

내가 물리학과 천문학에 꾸준한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왜일까? 아마도 그 두 학문이 종교적인 성격을 지녔기 때문일 것이다. 다케우치 가오루는 <밤의 물리학>이란 저서에서 바로 그 부분에 대해 언급을 했다. 그는 현대 이론 물리학과 우주론은 극히 종교적으로 보인다는 말을 하며 생성과 소멸, 무로부터의 탄생, 시간이 허수인 세계, 우주와 반우주 등의 이슈들에 대해 동양의 음양오행설의 주장과 같다는 말을 덧붙였다.(52 페이지) 저자에 의하면 밤의 물리학은 논리적인 사고를 통해 이론으로 세상의 이치를 규명하는 주류들과 달리 갑자기 번득이는 아이디어로 논리를 찾아보기 힘든 생각을 출발점 삼아 연구를 시작하는 것이다.(21 페이지) 책을 어느 정도 읽은 후 저자 사진을 보았는데 그의 주장 때문인지 그는 도인의 풍모를 지닌 사람으로 보인다.

나이트 사이언스라는 명칭에 걸맞게 저자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을 비근한 예를 활용해 맛깔스럽게 설명해 놓았다는 느낌이 든다. 우주가 팽창한다는 이론을 못 마땅해 한 아인슈타인은 중력과 반대되는 척력에 해당하는 우주 상수를 방정식에 넣었다가 우주 팽창이 사실임을 알게 된 후 우주 상수를 포기하며 자신의 실책에 마음 아파했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그런데 그로부터 시간이 많이 지난 현재 많은 우주학자들이 암흑 에너지를 아인슈타인의 우주 상수라 이해하고 있다는 점은 인생유전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정설이 아니라면 배울 가치가 없다고 믿는 사람들에 대해 시기에 따라 정설도 변하는 것 같다는 저자의 말이 믿음직스럽게 느껴진다.

또한 저자가 간결하되 핵심을 놓치지 않는 설명을 하는 것을 보며 유능한 물리학자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예컨대 우주배경복사를 우주의 모든 방향으로부터 오는 같은 온도의 전파라고 설명한 대목은 단연 돋보인다. 특히 정상우주론(定常宇宙論)이 우주가 팽창하지 않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팽창에도 불구하고 늘 같은 밀도와 구조를 유지함을 뜻하는 것이라는 사실은 나의 오류를 고쳐 주기에 충분한 설명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스티븐 호킹이 자신의 허수 우주론(虛數宇宙論)의 귀결에 따라 우주란 창조된 것이 아니라 최초부터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한 것은 이해하기가 극히 어렵지만 물리학자들조차 반 정도가 허수 우주론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저자의 설명을 들으니 마음이 놓인다.

저자가 합리적이고 열린 생각을 한다는 사실은 “이단으로 취급받는 학설을 지지자가 적은 비주류 학설이라 여기는 게 좋겠다”는 말을 통해 충분히 확인 할 수 있는 바이다. 우리는 흔히 진공(眞空)을 무(無)의 상태로 이해하고 있지만 저자에 의하면 진공에서 물질과 반물질이 생멸을 거듭한다고 한다. 상식적으로 무에서는 아무것도 태어나지 않지만 불확정성이 존재하는 양자론에서는 무엇이든 태어날 수 있다고 한다. 그 무엇이든에 우주가 포함됨은 물론이다. 기묘함, 반직관성 등 때문에 물리학은 어렵지만 매력이 충분하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분야이다.

어찌 보면 저자는 랩을 하는 힙합 뮤지션 같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예컨대 “우주의 시작이 허수 시간이라면 우주의 시작은 점이 아닌 둥근 구(球)일 것“이라는 호킹의 주장에 대해 ”사실 모든 것을 안개 속에 묻어 버리기 위해서였을지도 모른다.”고 말한 대목이 그렇다.(63 페이지) 저자의 설명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을 고르라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초끈 이론에 대한 설명을 들 것이다. 초끈의 존재를 실험적으로 증명한 사람은 아직 없다고 한다. 하지만 그 배경만은 알아야 할 것이다. 초끈은 눈에 보이지 않기에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밖에 없는 존재이다. 그렇다면 그 이론이 나온 배경은 무엇일가? 그것은 크고 무거운 것을 다루는 중력 이론과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것을 다루는 양자역학을 통합해 이해하려는 과정에서 생겨난 이론이다.

전하(電荷) 문제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두 전하 사이의 거리가 0이 되면 작용하는 힘은 무한대가 된다고 한다. 초끈(超끈) 이론은 전하를 크기가 없는 점 입자로 보는 것이 문제이기에 학자들은 점을 잡아늘여 선(=끈)으로 만들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따라 나온 이론이다.(121 페이지) 소립자가 끈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면 두 전하는 끈의 길이보다 가까워질 수 없고 무한대의 힘 역시 존재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물론 초끈 이론이 나온 것은 이 세계의 존재 방식이나 움직임을 기존 이론으로 풀 수 없는 부분이 많은 까닭이다. 내 단견(短見)이지만 초끈 이론은 막다른 길목에 다다른 궁여지책이라 보는 것은 지나칠까?

<밤의 물리학>이 다룬 키워드들 중 가장 핵심적인 것은 물리학의 SF化일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분명 이론물리학자들과, 이론에는 관심 없고 실체에만 관심을 갖는 실험물리학자들의 상반된 입장을 볼 수 있다. 나는 물론 두 진영과 아무런 상관도 없지만 그저 난삽하다는 이유로 초끈 이론의 행보를 부정적으로 보는 일반 독자이다.

<밤의 물리학>의 독특한 점은 ‘과학자도 인간인걸‘이라는 챕터가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물리학자들을 우주의 존재 이유에 대해 천착하는 부류와 우주 작동 원리, 그리고 이론과 실험의 일치 여부에 초점을 두는 부류로 나누었다. 무신론자인 스티븐 호킹이 독실한 로만 카톨릭 신자인 아내와의 사상적 갭을 극복하지 못하고 이혼한 사연 등을 소개했다. 저자가 말했듯 일반인이든 전문가이든 호킹의 우주론을 이해하기는 어렵다.(162 페이지) 나이트 사이언티스트들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사람은 존 호건이다. 나는 어느 면 그에게서 나와의 사상적 친연성을 느꼈다. 과학과 신비주의 사이에서 방황했다고 알려진 사람이니 말이다.

현대 철학이 열정만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학문이 되었듯 현대 물리학 역시 관념의 세계에 푹 빠져 있는 듯 보인다. 관념의 세계란 순수 이론의 세계를 말한다. 물리학이 순수 이론의 세계에 몰입해 있다는 말은 바로 SF의 길로 치닫는 물리학의 위상을 알려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저자는 현대 금융세계가 형이상학적으로 바뀌는 것 같다는 말을 했다. 흥미를 유발하는 말이 아닐 수 없다. <밤의 물리학>은 정녕 비근한 예를 들어 물리를 쉽게 설명한 책이다. 나이트 사이언스라는 규정도 재미 있는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다케우치 가오루가 생성과 소멸, 무로부터의 탄생, 시간이 허수인 세계, 우주와 반우주 등의 이슈들에 대해 동양의 음양오행설의 주장과 같다는 말을 했듯 최근 출간된 <끝없는 우주>에서 폴 스타인하트와 닐 투록은 이론 물리학은 많은 고통과 개인적인 고행을 통해서만 깨달을 수 있다는 점에서 동양 철학과 유사하다는 말을 했다.(<밤의 물리학> 165 페이지) 나는 현대의 이론 물리학에 매달려 있는 학자들의 승리(?)를 기원한다. 내 경우 물리학과 수학은 철학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빼든 카드이지만 그 자체로 흥미로운 부분과 난해한 부분이 두루 어우러져 있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논문이나 방정식 풀이와 무관하기에 <끝없는 우주>와 같은 난해한 책보다는 <밤의 물리학> 같은 쉬운 책에 더 마음이 간다. <밤의 물리학> 같은 쉬우면서도 유익한 책을 만난 것은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앞으로는 조금 덜 대중적인 ‘밤의 물리학’ 부류의 책을 만났으면 좋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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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얼음공주 2009/08/14 05:45 # 답글

    저와 물리학은 거리가 멀다고 늘 어렵게만 생각했어요. 정말 밤의 물리학은 친절하게 도입이 되나요?물빛님이야 덜 대중적인 책으로 만나고 싶으시겠지만 전 물리...... 중학교때 이후로 정말 회피하고 싶던 과목이엇지요. ㅎㅎㅎ 밤의 물리학 찜해보겠습니다 감사!
  • 흔적 2009/08/16 19:17 #

    답장이 늦었습니다. 요즘 너무 더운데 어떻게 지내시나요? 밤의 물리학은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한번 읽으셔도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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